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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이 (2학년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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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0-03-31 10:42 | 조회 6,633 | 댓글 0

본문

까망이     




            경대 사대부속초 2년 김 주 은







민지 서랍 속에는 크레파스들이 가득 들어 있어요.

그런데 한 번도 쓰이지 않은 게 있어요.

“난 오늘도 칠해 보지 못했어. 이러다 버려지면 어쩌지?”

“까망아, 소용없어. 나 같은 빨강이야 늘 바쁘지만, 너처럼 시커먼 색을 누가 쓰겠니?”

“맞아, 맞아. 봄 동산을 그릴 때도 초록 오빠랑, 이 노랑만 쓰였는걸.”

크레파스들은 저마다 작은 키를 뽐냈어요.

“아유~. 저번에 불조심 그림을 그릴 땐 어찌나 바빴던지, 키가 절반이 됐다니까!”

“나도 병아리 다섯 마리 그리고 나니까 이렇게 꼬마가 됐어.”

“너희는 좋겠다.”

까만 크레파스는 자기키가 큰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민지가 그리기를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 때였어요.

민지가 일어나길 기다리다 지친 크레파스들은 자기들끼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누가 뭐래도 파란 바다가 제일 시원하지.”

“비켜, 이번엔 노란 우산이야.”

순식간에 그림은 엉망이 되고 말았지요.

“이게 모두 파랑이 너 때문이야.  너무 많이 칠했다고.”

“뭐?”

그 때 샤프연필 할아버지가 책상을 탁탁 두드렸어요.

“조용, 조용. 아. 이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샤프 할아버지는 까망이에게 무언가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어요.

“네? 정말 그래도 될까요?”

까망이는 도화지 위로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까맣게 덧칠을 해 버렸어요.

“어어, 너 왜 이러니? 내 색, 내 그림.”

크레파스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이번엔 샤프연필이 죽죽 금을 긋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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