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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유지호-카트라이더야!_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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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21 | 조회 8,006 | 댓글 0

본문

카트라이더야! 안녕
유지호

“우리 귀염이들, 잘 잤니?”
“엄마, 안녕. 형아는?”
“형아? 일어나야지. 그렇지.”
형은 어제 밤의 일이 떠오르는지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어요.
“쾅, 콰광, 콰과광.”
“우우......어우......”
“탁탁, 타다다닥......”
컴퓨터를 부수듯이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렸어요. 
“달려라, 달려 나의 *카트라이더.”
“어어어어. 에이, 또 부딪쳤네.”
“타닥, 타다다닥, 탁탁탁.......”
“어후, 짜증나. 후우......”
두 손을 부르르 떨고 있는 형의 얼굴이 빨개졌어요.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가 방으로 달려갔어요.
“너, 이 녀석 또 시작이구나.”
“몰라, 몰라, 엄마 미워, 저리가.”
“적당히 해야지, 오늘도 벌써 몇 시간째야.”
“에이, 엄마 미워, 정말 미워, 저리 나가.”
“자꾸 이러면 컴퓨터 사용하지 못하게 할거야!”
형은 방바닥에 누워 발버둥을 치며 울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생겼어요. 어떤 때는 형이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형과 나는 30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예요. 오늘 아침도 형과 함께 학교로 가고 있었어요.
“빨리 가야지.”
“아아......졸려, 천천히 가자.”
형은 하품을 하면서 나를 따라 왔어요. 형에게 아침은 정말 지옥과도 같은가 봐요. 
“한결아, 같이 가자, 응.”
“빨리 와. 그러니까 컴퓨터 조금만 하고 일찍 자란 말야.”
형이 카트라이더를 할 때만큼은 두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형에게 말이라도 걸면 소릴 지르며 화를 냈어요.   
공부 시간에 슬쩍 바라본 형은 또 졸고 있었어요.
“형아아......”
눈치를 보내도 소용이 없었어요. 하지만 학교가 끝나면 비슬비슬했던 아침과 달리 형은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어요. 집에 가서 컴퓨터를 하는 것이었지요. 엄마, 아빠가 회사에 다니느라 집은 형의 세상이었어요.
나는 늘 학교 도서관에 가서 동화책을 읽었어요. 도서관이 내게는 제일 좋은 놀이터이죠.
“한결아. 한,결,아,아......”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도서관 근처에도 오지 않던 형이 나를 보고 손짓을 하며 부르고 있었어요. 얼른 달려 나갔지요.
“형아, 여태 집에 안갔어?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냐, 너하고 함께 집에 가려고......”
“아아, 생각났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그렇지.”
“그런 거 아냐, 임마.”
“아하, 오늘은 엄마 다니는 회사가 생일이라 쉰다고 했잖아.”
나는 얼른 형의 손을 잡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책을 한 권 골라 주었지요. 형은 골라 준 책을 펼쳤다, 덮었다 했어요. 그러더니 책에 얼굴을 대고 잠이 들었지요. 형에게 책은 카트라이더만큼은 재미가 없나 봐요.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형아, 여기 좋지. 책도 읽고, 음......잠도 자고, 하하하.”
“쉬, 으으......잘잤다. 근데 좀 창피하다 나만 잠을 자는 것 같아서......”
“괜찮아, 우리 내일부터 여기 들러 책도 보고 잠도 자고 그러다 갈까?”
“......그래, 그렇게 해볼까.”
“엄마한테 꾸중 듣지 않아서 좋잖아. 책을 보면 왕자도, 공주도 다 만날 수 있어.”
“으음......좋아.”
내가 손을 내밀어 새끼손가락을 걸자고 했지요.
머뭇거리던 형이 손가락을 내밀었어요.
“자. 약속. 도장 찍고, 복사도......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도서관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어요. 형은 가방을 놓고 컴퓨터로 달려갔어요.
“또, 또, 또.”
“오늘부터는 조금만 할거야.”
엄마의 몇 마디에 형의 얼굴이 빨개졌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내가 얼른 나섰어요.
“엄마, 엄마. 형아, 오늘 나하고 도서관에 있다가 왔어......앞으로 매일 도서관에 다니기로 약속한 걸.”
“그래, 음......좋아.”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그런 일이 있은 후 형은 정말로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는 도서관을 찾았으니까요.
“우리 형아 최고. 웃는 모습이 너무 멋져. 좋은 일 있어?”
“음, 웃음이 나오는 걸. 매일매일 꿈을 꾸는 것 같아.”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컴퓨터에 앉아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형은 초보 운전자 같았어요. 자동차가 자주 벽에 부딪쳤어요. 도로를 벗어나 뒤집어지기도 했지요. 
“쾅, 콰광, 콰과과광......”
그런데도 형은 자판을 세게 두드리지 않았어요. 화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어요.   
“운전 좀 잘해. 난 지금 여기저기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아프단 말야.”
“......어, 알았어, 미안, 미안.”
“너, 지금 다른 생각을 하구 있구나.”
지금 형의 마음속에는 책 속에서 보았던 새들이 파란 하늘을 날고 있어요. 책을 읽는 동생의 웃는 얼굴도 자꾸만 떠올랐어요. 눈을 감았지요. 오랫동안 형과 함께 달리던 카트라이더가 멈췄어요. 
“으구, 우리 귀염이들 학교 가야지.”
“우리 막내, 한결이 뽀뽀, 엄마 사랑.”
엄마가 뽀뽀를 하며 나를 깨우자 형이 말했어요.
“엄마, 미워. 매일 한결이만 먼저 챙겨.”
“어......엄마가 그랬구나, 미안, 미안.”
“내일부터는 바름이 먼저 뽀뽀해 주는거다.”
형의 머리맡에는 동화책 한 권이 놓여 있었어요.



*카트라이더 :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게임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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