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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김인숙-나도_친구가_되고_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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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25 | 조회 7,681 | 댓글 0

본문

나도 친구가 되고 싶어
                                                                      김인숙
                                             
       
모두 다 잠든 조용한 밤이에요. 그런데 재원이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너 때문이야! 네가 온 이후로 재원이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잖아.”
옷장 위에 있는 변신로봇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래, 너 때문이야! 내가 이렇게 먼지만 잔뜩 쌓여 있는 건 바로 너 때문이야.”
변신로봇 말이 끝나자마자 레고로 만든 헬리콥터도 흥분하며 소리쳤어요.
‘왜들 저러지? 뭐가 나 때문이라는 거야?’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는 어리둥절했어요. 화도 좀 났어요. 그래서
“내가 무얼?”
하며 변신로봇과 레고 헬리콥터를 향해 대들려는 바로 그 순간, 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야-”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달그락거리는 바람에 책꽂이에 반쯤 걸쳐있던 강아지똥책이 바닥으로 떨어진 거예요. 
“맞아, 맞아. 너 때문이야. 재원이가 내 이야기를 더 이상 읽어주지 않는 건 바로 너 때문이야.”
강아지똥책은 부딪힌 자리가 아픈지 울먹이며 말했어요.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책장의 책들도 덩달아 떠들어댔지요.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재원이가 나하고만 놀아서 질투하는 거야? 너희들은 시시한가 보지. 나는 모르는 게 없어. 너희들 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고.”
컴퓨터는 잘난 체하며 말했어요.
“난 재원이와 친구야! 재원이가 나를 비행기로 만들어주면 나는 넓은 하늘을 날아다녔고, 자동차로 만들어주면 길게 뻗은 도로 위를 신나게 달렸지. 그리고 로봇으로 만들어주면 무거운 물건을 번쩍 들어 올렸어. 재원이와 나는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
변신로봇이 아쉬운 듯이 말했어요.
“나도 재원이와 친구야! 지금은 헬리콥터지만, 나는 멋진 성도 될 수 있고, 커다란 공룡도 될 수 있어. 재원이가 상상하는 대로 나는 바뀔 수 가 있어.”
레고 헬리콥터가 회전날개를 윙윙윙 돌리며 말했어요.
“나도! 나도, 재원이와 친구야!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똥이에요.’재원이 엄마가 내 이야기를 읽어주는 소리는 재원이를 편안하게 해주거든.”
방바닥에서 낱장을 펄럭이며 강아지똥책이 말했어요.
“체, 그까짓 게 뭐? 내가 재원이에게 주는 게 얼마나 많은데, 어려운 숙제도 쉽게 가르쳐주지, 궁금한 것도 금방 알려주지, 게임으로 재미있게 해주지. 나는 최고로 좋은 친구야.”


컴퓨터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마 컴퓨터에게 손이 있다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말했을 거예요.
“넌 친구가 아니야. 친구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아야지. 너는 네 맘대로 재원이에게 주기만 하잖아. 그건 재원이 생각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거야.”
변신로봇이 꾸짖듯이 말했어요.
친구가 아니라는 말에 컴퓨터는 시무룩해졌어요. 재원이는 요즘 컴퓨터를 멍하니 앉아서 볼 때가 많아요. 게임에 빠져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서 꾸지람을 들을 때도 많아졌어요. 숙제를 할 때도 재원이는 컴퓨터가 알려주는 것을 무조건 공책에 적기만 했지요. 재원이 스스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재원이 모습이 떠오르자 컴퓨터는 풀이 죽었어요.
“나도 재원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까?”
컴퓨터는 간절히 물었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변신로봇이 뒷짐을 진채 옷장 위를 왔다 갔다 하며 생각했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레고 헬리콥터는 회전날개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리며 생각했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강아지똥책은 책갈피를 꽉 다문 채 골똘히 생각했어요.
모두들 열심히 생각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때 재원이 목소리가 들렸어요.
“방법은 나에게 있는 것 같아.”
언제 일어났는지 재원이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어요. 다들 놀랐지만 재원이 말에 귀를 기울였지요.
재원이는 어제도 컴퓨터를 너무 오래해서 엄마에게 혼쭐이 났어요. 엄마도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하셨지요. 재원이는 한참을 궁리하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듯 말했어요.
“나도 컴퓨터와 친구가 되고 싶어. 컴퓨터에 중독이 되는 건 졸병이 되는 거야. 컴퓨터에게 끌려 다니는 졸병이 아니라 내가 즐거운 것을 함께하는 친구가 될 거야.”
재원이는 예전과 달라보였어요. 의젓해 보이기도 했고요.
어느덧 방이 환해지고 어둠이 사라지자 더 이상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쉬-’모두들 잠이 들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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