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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김영주-나만_가진_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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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6:20 | 조회 7,116 | 댓글 0

본문

나만 가진 흉터
김영주

“나이는?”
“나랑 똑같아, 아홉 살.”
“성별은?”
“그것도 나랑 똑같지, 남자.”
경준이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능력은?”
“엄청 좋지. 머리도 좋고, 힘도 세고, 인기도 많고. 물론 공부도 잘하지.”
경준이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지금 경준이는 인터넷 게임에서 경준이랑 똑같은 애를 만들고 있어요. 이름도 똑같이 지었어요. 게임 속의 경준이는 진짜 경준이보다 똑똑하고 힘도 세요. 잘 키워서 싸움을 아주 잘하는 전사로 만들 거예요.
날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켰어요. 게임 속 세상에서 경준이는 싸움 연습을 하고, 작전을 짰어요.
“경준아! 아빠랑 자전거 타러 가자.”
토요일 아침, 아빠가 현관에서 경준이를 불렀어요.
“싫어. 또 넘어져서 다치라고?”
경준이는 아빠 앞에서 무릎의 흉터를 어루만졌어요. 아빠랑 자전거 타러 가기 싫을 때면 아빠에게 무릎의 흉터를 보여주면 돼요. 아빠랑 자전거를 타다 생긴 거라, 아빠는 경준이의 흉터만 보면 미안해하거든요.
아빠는 경혜랑 자전거를 타러 나갔어요.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경준이는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어요.
학교에 가서도 게임 속의 경준이를 어떻게 키울까만 생각했어요. 학원에 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야! 왜 그렇게 멍하니 걸어?”
집으로 오는 길에 경준이네 반에서 제일 힘이 센 진표가 경준이의 어깨를 툭 쳤어요.
“아무 것도 아니야.”
경준이는 진표를 피해서 오른쪽 골목으로 돌아갔어요.
‘에잇, 게임 속에서 널 만났으면 국물도 없어!’
경준이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집이 가까워 오자 경준이의 발걸음이 느려졌어요. 가방 속의 성적표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에요.
“성적표 내놔!”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이 문자 보냈어.”
경준이는 엄마에게 성적표를 꺼내 주었어요. 엄마의 한숨소리가 뒤에서 들렸어요.
‘이게 게임 속이라면 좋겠다. 게임 속에서라면 맨날 백점 맞을 텐데.’
경준이는 게임 속의 경준이가 백점 맞는 걸 보고 싶었어요.
“빨리 학원 가! 성적이 이게 뭐니?”
경준이는 학원으로 터덜터덜 걸어갔어요. 학원에서 영어 단어 시험을 보았어요. 하루에 백 개씩 단어를 외워야 해요. 단어를 다 외우지 않으면 집으로 보내주지 않아요.
‘게임 속의 경준이는 단어 백 개쯤이야 오초면 다 외울 텐데.’
아홉시나 되어서야 가까스로 단어를 다 외우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아니 이게 누구야?”
경준이는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집에 경준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깜짝 놀란 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였어요.
“누가 진짜 경준이지?”
둘은 정말 똑같아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어요.
“우리 집 전화번호를 대봐.”
“태권도를 해봐.”
“경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말해봐.”
엄마하고 아빠는 계속해서 진짜 경준이와 가짜 경준이에게 물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져와 봐.”
“오빠랑 나랑 정말 크게 싸운 때가 언제인지 이야기해 봐.”
경혜도 진짜 경준이와 가짜 경준이한테 물었어요.
가짜 경준이 모든 질문에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대답했어요. 가짜 경준이는 진짜 경준이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두 사람을 다 키울 순 없어. 하나만 골라야 해.”
엄마랑 아빠가 진짜 경준이와 가짜 경준이를 나란히 앉혀놓고 말했어요.
“여보, 시험을 쳐서 똑똑한 아이로 골라요.”
“아빠, 힘센 아이로 골라요. 힘세다고 날 괴롭히는 진표오빠 좀 혼내 주게.”
진짜 경준이는 가슴이 조마조마 했어요. 왜냐하면 진짜 경준이는 그렇게 똑똑하지도, 힘이 세지도, 인기가 많지도 않았거든요.
“아니오, 난 진짜 내 아들 경준이를 원해요.”
아빠가 말했어요.
“둘이 똑같잖아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아내요. 그냥 우리가 평소에 바라던 아들로 골라요.”
엄마는 가짜 경준이를 보며 말했어요.
“나는 내 아들 경준이를 찾을 거요. 나랑 자전거 타고, 축구도 하고, 산에도 같이 갔던 경준이를 꼭 찾을 거요.”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진짜 경준이의 머릿속에는 불이 반짝 켜 졌어요.
“아빠! 나에요. 여기를 보세요. 여기 무릎에 있는 흉터 말이에요.”
경준이는 바지를 걷어 올렸어요. 그 자리에는 아빠랑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서 생긴 흉터가 있었어요. 가짜 경준이의 무릎은 말짱 했어요.
“내 아들 경준이구나!”
아빠가 경준이를 와락 껴안았어요.
그 순간, 거실 컴퓨터에서 ‘삐지직’소리가 나더니 가짜 경준이가 사라져버렸어요. 경준이가 깜짝 놀라 컴퓨터로 뛰어갔어요. 컴퓨터를 켜고 게임 속의 경준이를 찾았어요. 게임 속의 경준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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