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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양연순-할머니께_드린_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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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6:22 | 조회 6,914 | 댓글 0

본문

할머니께 드린 약속
                                                                                                                                  양연순


 “학교 다녀왔습니다.”
  현수는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둥 마는 둥 후다닥 방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컴퓨터를 켜며 그 앞에 앉으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숨이 고르게 쉬어졌어요.
 “현수야, 간식 먹어라.”
 “여기 갖다 주시면 안 될까요?”
  허리 아파 구부정하게 다니시는 할머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방금 전에 사온 게임씨디를 작동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냅다 소리를 질렀어요. 한참 게임에 몰두해있는데 과일 접시를 들고 오신 분은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어요.
 “뭐야 넌, 항상 이렇게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게임만 하니?”
  엄마가 얼굴을 찌푸렸어요. 항상 이맘때면 옷가게에서 일하실 시간이라 안심하고 컴퓨터오락을 해왔는데 오늘은 들키고 말았네요.
 “컴퓨터로 하는 숙제가 있단 말이에요.”
  현수는 얼른 둘러댔어요.
 “오늘은 왜 일찍 오셨어요?”
  현수는 과일을 먹으며 슬쩍 물었어요.
 “할머니는 허리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가 계시단다. 일주일 동안은 가게 문 닫고 내가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아, 이젠 컴퓨터를 마음대로 못 켜겠구나. 할머닌 내가 뭘 해도 다 봐주시는데.’
  현수는 몸에서 힘이 쑤욱 빠지는 것 같았어요.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어요. 현수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식탁을 타다닥 두드렸어요.
 “얘 좀 봐! 식탁이 컴퓨터로 보이니? 너, 컴퓨터게임에 중독된 것 같구나?”
 “아, 아니에요!”
  현수는 얼른 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아 참, 낼모레면 네 생일인데 이번엔 엄마도 집에 있으니까 제대로 생일잔치해줄게.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 몇 명 초대해라.”
 ‘친구들? 누굴 초대하지?’
  현수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어요. 매일 컴퓨터게임을 하고 인터넷만화만 보면서 놀았지, 친구랑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었거든요.
 “엄마, 그냥 우리 가족만, 나가서 맛있는 거 사 먹기로 해요. 친구들은 학원에 가야 해서 우리 집에 오기 힘들 거예요.”
  엄마는 잠시 현수를 바라보시더니,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라고 말씀하셨어요.
  밤 열 시에, 엄마, 아빠가 잠드신 걸 보고, 현수는 잠자리에서 살그머니 일어났어요. 방에 불은 안 켜고 컴퓨터만 켰어요. 어차피 컴퓨터게임 생각에 잠이 오지 않으니, 잠깐 동안만 게임하다 자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지 뭐예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계속 게임을 했어요.
  아침 8시,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보니 컴퓨터는 아직도 켜져 있었어요. 대충 가방 챙기고 밥 먹을 새도 없이 학교로 뛰어갔답니다.
  수업시간 내내 졸려서 선생님께 몇 번이나 지적받았고 쉬는 시간마다 쓰러져 잘 수밖에 없었어요. 아침을 못 먹어서 배도 무척 고팠어요. 점심 먹는 동안엔 어제 새로 산 게임이 자꾸만 생각났어요. 오후에도 수업내용이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마지막 수업은 재량활동 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각자 앞으로 나와서  ‘자신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발표해보라고 하셨어요. 이제, 현수 차례가 되었어요. 현수는 지난 주 독후감 숙제할 때 읽었던 ‘슈바이처박사’가 생각났어요. 훌륭한 일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쓰여 있었어요.
  “저는 아프리카에서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박사 같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정말 멋진 꿈이구나. 현수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겠다. 의사선생님이 되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공부를 해야 한단다. 그래야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병을 고칠 수 있는지 잘 알게 되거든. 자, 우리, 훌륭한 꿈을 가진 현수에게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라고 박수쳐줄까요?”
  반 친구들이 와아! 박수를 쳐주었어요.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고 단지 꿈만 말했을 뿐인데.’
  현수는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박수를 받으니까 마음속에서 뭔가 뭉클하는 게 느껴졌어요.
  집에 와보니, 책상 위에 “엄마는 병원에 계신 할머니께 다녀올게.”라고 적힌 쪽지가 있었어요.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켰고 바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이 쳐준 박수소리가 계속 귀에 맴돌았어요. 그 박수는 이렇게 컴퓨터게임만 하는 아이에게 쳐준 박수가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지요.
 ‘슈바이처박사는 의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까? 슈바이처 박사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그렇게 많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니 말이야!’
  현수는 혼자 인터넷게임을 즐기느라 친구도 못 사귀고 심지어 그동안 현수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가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이제 하나씩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어요.  슬그머니 컴퓨터를 끄는데,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이제부터라도 착한 학생이 되고 보람된 생활을 해야겠어.’
  현수는 굳게 다짐했어요. 컴퓨터는 공부나 숙제할 때만 사용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컴퓨터게임하면서 시간낭비하지 않기로 했어요. 프린터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굵은 펜으로 이렇게 썼어요.
 ‘나는 슈바이처박사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종이를 책상 앞 벽면에 붙였어요. 그리고는 거실로 가서 전화기를 들었어요.
 “엄마, 할머니 좀 바꿔주세요.”
 “오, 현수냐? 학교는 잘 다녀왔니?” 힘없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네, 할머니. 제 걱정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나중에 제가 훌륭한 사람이 돼서 할머니 많-이 기쁘게 해드릴게요.” 또박또박 말씀드리는 현수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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