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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영아-할머니의_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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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6:23 | 조회 7,528 | 댓글 0

본문

할머니의 컴퓨터
이영아


 지호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어요.
 아파트 앞 공터에 할머니가 보였어요. 햇볕이 뜨거운데 오늘도 텃밭에 나와 있었어요. 엄마, 아빠는 회사를 다니니까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지호는 집안으로 쌩하니 들어갔어요.
 책가방을 내팽개치듯 집어던지고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지요. 컴퓨터 전원을 켜자 지호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처음에 지호는 호기심으로 게임을 했어요. 그러다 점점 게임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이제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학교에서 선생님 말도 들리지 않고요.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재미없었어요. 머릿속엔 온통 게임 생각뿐이에요.
 한참 신나게 게임을 하는데 언제 왔는지 할머니가 들어왔어요.
 “또 콤푸터 하나?”
 할머니가 삶은 감자를 내려놓으며 말했어요.
 “햄버거나 피자 같은 거 먹고 싶은데.”
 지호는 감자를 보고 입을 삐죽거렸어요.
 “이게 얼매나 몸에 좋은데. 그런 패드푸스는 몸에 안 좋다 안하나.”
 “패드푸스가 아니고 패스트푸드 거든.”
 “그래, 그래, 맞다. 아이고, 우리 손자 똑똑하네.”
 할머니는 지호 엉덩이를 토닥거렸어요. 지호는 감자를 먹으면서도 눈은 컴퓨터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고마 해라. 콤푸터가 뭐가 좋다고 온종일 그것만 하노?”
 “할머니가 못하니까 그렇지. 놀이공원에 온 것보다 더 재미있어. 그리고 컴퓨터가 얼마나 똑똑한데. 모르는 거 찾아보면 다 나와.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컴퓨터 다 배우던데……할머니는 하나도 모르지?”
 지호가 할머니를 슬쩍 놀렸어요. 할머니는 맘이 상했는지 홱 돌아앉으며 말했어요.
 “할머니도 할머니 콤푸터 있다.”
 ‘치이~ 컴퓨터 켤 줄도 모르면서…….’
 지호는 계속 게임만 했어요.
 할머니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에요.
 결국 엄마, 아빠가 알고 게임 금지령을 내렸어요. 대신 주말에만 조금 하기로 단단히 약속했어요.
 그런데 지호는 자꾸 컴퓨터 쪽으로만 눈길이 갔어요. 동화책을 펼쳐도 게임 화면만 어른어른 거리고요. 게임을 못하니까 계속 짜증이 났죠. 지호는 슬며시 컴퓨터 전원을 켰어요.
 “엄마, 아빠하고 약속했다 아이가.”
 할머니가 말렸어요.
 “딱 한번만 할 거라고. 진짜야.”
 하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니 지호는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지호를 보는 할머니 얼굴이 어두웠어요.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지호는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어제까지 잘 되던 컴퓨터가 켜지지가 않는 거예요. 이것저것 눌러봐도 꼼짝도 안했어요. 지호는 어쩔 줄을 몰랐어요.
 게임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막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어요. 그러다 며칠 전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할머니도 할머니 콤푸터 있다.”
 지호는 텃밭으로 뛰어갔어요.
 할머니가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었어요. 주름진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어요. 지호가 매일 몇 알씩 먹는 방울토마토예요.
 “우리 강아지가 여기 웬일이고?”
 지호를 보자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폈어요.
 “내 컴퓨터 고장 났어.”
 지호 입이 오리처럼 툭 튀어나왔어요. 할머니가 슬그머니 지호 얼굴을 살폈어요.
 “니가 하도 마이 해서 그런 거 아이가?”
 “몰라. 그런데 할머니 컴퓨터는 어디 있어? 내가 좀 쓰면 안 돼?”
 지호 말에 할머니 눈이 둥그레졌어요. 그러더니 생각이 난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어요. 할머니가 텃밭을 빙 둘러보면서 말했어요.
 “이 텃밭이 할매 콤푸터다.”
 지호는 어이가 없어 발을 굴렀어요.
 “이게 무슨 컴퓨터야? 할머니 순 거짓말쟁이.”
 할머니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어요.
 “와 아이라. 쪼매난 씨 하나 뿌려놓으면 다 기억하고 싹 나고 열매까지 맺는데. 니 콤푸터 만큼 똑똑하다 아이가.”
 지호는 화가 나서 흙무더기를 발로 찼어요. 그 바람에 잎사귀에 앉아있던 개구리 한 마리가 깜짝 놀라 뛰어내렸어요. 같은 초록색이라 감쪽같이 속을 뻔 했어요.
 “어, 개구리다!”
 지호 눈이 커다래졌어요. 폴짝 폴짝 뛰어가는 개구리를 따라 지호가 엉거주춤 따라갔어요. 그러다 빨간 등에 까만 점이 박힌 예쁜 무당벌레도 만났어요. 깨알처럼 작은 진딧물을 먹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손으로 풀 사이를 휘 저으면 새끼 방아깨비들이 도망가느라 난리였고요. 옥수수 잎사귀 위에 꼬물거리는 애벌레도 귀여웠어요. 지호는 새 친구를 사귄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지호는 할머니를 도와 잡초도 뽑고 물도 주었어요. 어느새 지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옷도 흙 먼지투성이에요.
 “할머니, 나 내일도 여기 놀러 올 거야.”
 “오야~.”
 할머니가 지호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어요.
 지호는 할머니의 컴퓨터가 맘에 쏙 들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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