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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에서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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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0-03-30 12:19 | 조회 6,518 | 댓글 0

본문

오늘은 새 선생님과 첫 만남이 있는 날이에요.


“여러분, 선생님이 오늘 여러분과 처음 만나는 날이라서 시를 한 편씩 돌리겠습니다. 누구 낭송해 볼 사람?”


하지만 손을 드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죠.


“고은비, 고은비가 누구지요? 한 번 낭송해 보도록!”


은비가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종이를 얼굴에다 바싹 갖다 댔어요.


“내~게~는 한~쪽 다~리~가 있~다.”


그때 갑자기 선생님이 교탁을 탕 쳤어요.


“은비는 좋지 못한 습관을 갖고 있군요. 종이를 30㎝정도 눈에서 뗀 뒤 다시 읽어 보세요.”


선생님의 말에 은비는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맸어요.


“선생님, 쟤 원래 그래요. 아기 때 인큐베이터에 너무 오래 있어서 시력이 나빠진 거래요.”


재혁이가 지팡이 짚는 흉내를 내자 은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어요.


집으로 돌아온 은비는 선생님께 받은 종이를 펼쳐 보았어요.


「베토벤은 두 귀가 다 멀었고 두 눈이 다 먼 사람도 있어. 헬렌켈러는 두 눈이 다 멀었고 두 다리를 다 못 쓰는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한 쪽 다리가 있잖아. 난 아름다운 세상을 다 다닐 거야.」


은비는 소아암과 싸운 아이의 시를 읽고 또 읽었지요.


그리고는 연필을 꺼내어 시를 고쳐 쓰기 시작했어요.


「베토벤은 두 귀가 다 멀었고 두 눈이 다 먼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 눈이 있잖아.」


그때 방문을 열고 이모가 들어 왔어요.


“응?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네.”


이모는 소리내어 시를 읽기 시작했어요.


“너, 또 친구들이 놀렸구나?”


“이모, 그런 게 아냐. 좋은 시잖아.”


은비의 말에 굳었던 이모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어요.


“이모, 그런데 종이접기 강좌에 매일 나가면 안 돼? 다른 사람들은 벌써 전시회도 했단 말야.”


“그건 어른들 이야기지, 넌 초등학생이잖아. 이모가 종이접기 강사라서 특별 대우 받고 있다는 거 모르고 있었구나?”


“이모 부탁이야.”


“알았다, 알았어.”


은비는 열심히 꽃과 나비를 접었어요.


드디어 전시회 날이었어요. 전시회장에 제일 먼저 나타난 사람은 재혁이었지요.


“은비야, 축하한다. 그리고 그 동안 놀렸던 것 정말 미안해.”


그리고는 안고 온 꽃다발을 은비에게 주었지요.


“재혁아, 고마워.”


“넌, 눈도 잘 안 보이면서 이 많은 걸 어떻게 만들었어?”


“처음엔 나도 힘들었어, 그런데 자꾸 하다 보니 손가락 끝에도 눈이 생기는 거 있지?”


그때 전시회장을 둘러보던 재혁이가 말했어요.


“와, 마치 꽃밭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재혁이는 한 마리 나비가 된 듯 기뻤어요.


그 나비는 은비의 손가락 끝에서 피어난 꽃 사이사이를 오래도록 돌고 또 돌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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