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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밭에서 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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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0-03-30 11:17 | 조회 6,660 | 댓글 0

본문

다듬은 이 : 이민정

옛날, 신라 경문왕 때의 이야기입니다. 임금님은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거울을 보며 탄식했습니다.
“이런, 이런! 또 더 커졌구나. 이젠 아예 당나귀 귀 만하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렇게 자꾸 커지니 또 두건을 새로 만들어야겠구먼.....’
임금님은 늘 귀를 가리는 복두건이라는 큰 모자를 쓰고 다녔습니다.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모자를 벗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아무 것도 모르는 왕비가 말했습니다.
“마마, 두건을 벗고 편히 주무시지요.”
“아, 아니오. 버릇이 돼서 이게 훨씬 편하답니다.”
그런데 왕비도 모르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습니다. 바로 임금님의 모자를 만드는 복두장이였습니다.
“히히, 그렇게 큰 귀는 난생 처음 본다니까. 흡사 당나귀 귀 같애.”
혼자 생각할 뿐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임금님께서 너무나 부끄러워하는 그 비밀을 복두장이인 자신만이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흐이그, 답답해. 말을 하고 싶어서 죽을 것만 같아.”
혼자 끙끙 앓는 복두장이를 보고 하루는 아내가 물었습니다.
“영감, 무슨 큰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아니오. 걱정은 무슨.........저..... 임금님 귀가........”
“예, 임금님 귀가 어떻게 됐는데요.”
“저, 저 임금님 귀가 참 잘 생기셨다고요.”
“예, 준수하게 잘 생기신 임금님이시니 당연히 귀도 잘 생기셨겠지요.”
하마터면 말을 할 뻔한 복두장이는 ‘휴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가슴속에 너무 큰 비밀을 간직한 복두장이는 그만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난 것이랍니다. 병은 점점 깊어져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이제 난 곧 죽을 거야.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그 말을 해 봐야지.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수도 없을 것 같구나.”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또 물었습니다.
“영감, 왜 자꾸 가슴을 치며 한숨을 쉬십니까? 분명 무슨 답답한 일이 있는 게지요?”
“할멈, 실은...... 임금님 귀가......”
“예, 잘 생기신 임금님 귀가 왜요?”
“임금님 귀가..... 당...... 아, 아니오. 아무 것도 아니오.”
“임금님 귀가 당 뭐예요, 대체....”
“저, 저...... 임금님 귀가 당나라 황제보다 더 잘 생기셨다고요.”
“아이구, 영감도 싱겁기는요. 이렇게 누워 계시면서도 그래 임금님 귀만 생각하시었어요?”
복두장이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만일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가는 어떤 벌을 받게 될 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가 참지 못하고 말을 해 버릴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면 안 되 지, 안 되고 말고.’
말을 하지 않고 참으려니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말을 해 버리자니 무섭고 겁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던 복두장이는 한 가지 생각을 해 냈습니다.
“그래,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 곳에서라도 마음껏 소리쳐 보자.”
겨우겨우 일어난 복두장이는 도림사라는 절 뒤에 있는 큰 대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긴 아무도 듣는 이가 없구나. 그렇다면 흠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목이 터져라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후유! 이제야 속이 시원하구나.”
집으로 돌아온 복두장이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몹시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밭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소문을 들은 임금님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런 망측한 일이 있나.’
“당장 그 대나무를 모두 베어 내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신하들은 작은 대나무 한 그루까지 모두 깨끗이 베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를 심었습니다.
더 이상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산수유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산수유 밭에 바람이 불자 또 이런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삼국유사<승 일연 지음>에 전해오는 이야기

신라 경문왕은 귀가 점점 커져서 늘 커다란 모자로 가리고 있었다. 그 비밀은 모자를 만드는 복두장이만이 알고 있었다. 복두장이는 그 비밀을 말했다가는 목숨을 잃는 큰 벌을 받을 것이므로 감히 말하지 못했다.
너무 큰 비밀을 혼자 간직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나고 말았다. 자리에 누워서도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 도림사 뒤 대숲에 들어가 소리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복두장이가 세상을 떠난 뒤 바람이 불면 대숲에서 소리가 났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문을 들은 경문왕은 화가 나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내게 했다. 정말 더 이상 그 소리는 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대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심었던 산수유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자 또 소리가 들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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